사회생활 20년차.. 너무 오래 조직생활의 짜임속에 있다보니 박제가 되어가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를 구해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택한 것은 바로 요리였지요.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왠지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작은 일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회사나 학원이나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고 거래하는 관계인 것은 매한가지,
이봉춘셰프실용전문학교에 등록하면서 별다른 기대를 하진 않았어요.
자격증이 필요한 일선 중년들이나 불경기에 따른 신규 취업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다수
일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여기는수강생의 층이 매우 넓고 다양하더군요.

만만해 보였고 호기 가득했던 저에게 요리는 예상보다 훨씬 큰 도전이었습니다.
종일 피곤한 일과를 다 마치고나서 다시 야간에 불과 칼이 난무하는 수업을 그것도
온몸으로 부딪혀야 한다는 고단함은 마치 전쟁과도 같았죠. 
하지만 그 속에 저 혼자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데는 얼마걸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솔직한 적성을 찾아 길을 걷기 시작한 주니어들, 먹고살기 위해 이 길을 택한
치열한 사람들, 그리고 행복을 찾아 잠시 머무는 비둘기 같은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이끌어
주시는 이봉춘셰프실용전문학교의 선생님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보기도 하고, 다양한 목적들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정도 생겨나게 되더군요. 다들 치열하고 바쁘게 살면서도 출신과 목적과 상관
없이 주고 받는 밝은 인사와 다정한 눈빛들.  아..나는 너무 계산적으로 살아왔구나..
 
나이 오십이 다 되어가는 동안 먹기만 하고 한번도 제 손으로 음식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어려운 한식조리사시험을 한번에, 그것도 좋은 점수로 합격했냐구요?
학원을 다니지 않고 실기시험 책자로 독학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럴까하고
처음엔 생각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은 건 결과적으로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어요.
 
담당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건 단순히 레시피나 결과물에 대한 것이 아니었어요.
한식조리사 시험이 결과물에 대한 배점보다는 조리과정에 대한 점수가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반복해서 강조해주셨어요. (작품 : 30점. 조리과정 70점)
과정 중에서의 다양한 주의사항을 반복해서 잘 알려주셨을 뿐 아니라 식재료 하나하나
고맙고 소중히 다루는 마음가짐을 선생님의 행동으로 몸소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
 
물론 시험당일날 과제에 고명을 하지 않고 제출하는 실수를 했지만 심사위원들이
지나갈때 마다 제가 청결과 위생에 주의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재료를 썰고 씻고 물기를 제거하는
작은 과정에서도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 처럼 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로
한번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단지 수강생 각자가 가진 목적을 이뤄주기 위한 도구에만 머물지 않는 세심함과 계속되는
반복학습은 확실히 이봉춘셰프실용전문학교가 가진 장점같습니다.  이곳에서
받은 첫걸음을 잊지 않고 계속 발전시키고 노력해나갈 생각입니다. 혹시 모르죠.
머지않아 제가 썩 괜찮은 오너셰프가 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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